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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LAB: LOEWE

177년간 지켜온 로에베의 오리지널리티



젠테스토어_Loe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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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너는 어떤 사람이야?”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대답하기 참 난감하다. 성격으로 설명해야 할까, 혹은 취미, 취향, 관심사를 말해야 할까 머뭇거리게 된다. 사람이란 게 사전처럼 몇 가지 단어로 축약되지 않을뿐더러, 입으로 뱉어내는 작은 특징들이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정의해 버릴까 봐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유구한 역사와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브랜드일수록, 단지 몇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 만나볼 ‘LOEWE(로에베)’도 그런 브랜드다. 로에베를 아우르는 단어들은 수백 가지지만, 오히려 그러하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다채로움’을 지녔다. 테크놀로지,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유스 컬처 등, 매 컬렉션마다 다른 문화를 보여주는 로에베. 그들은 마치 시대의 면면을 담은 담론서와 닮아 있다. 오늘은 무지갯빛으로 물든 로에베라는 장르 속으로 떠나보길 바란다. 이들의 다재다능한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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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홈페이지



1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Loewe는 ‘오직 한번 만져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장인 정신과 공예를 핵심 가치로 삼는 브랜드이다. 오랜 기간 축척해온 로에베의 품격 있는 장인 정신은, 최근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추상적이면서 파격적이고 정교한 감성과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어서 주목해 볼 만하다.






스페인 상류사회를 지배하다


로에베의 시작은 자그마치 한 세기를 훌쩍 넘어 돌아가야 한다. 184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독일인 아버지와 이탈리아 출신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후안 로에베 라테'가 있었다. 그는 작은 가죽 공방을 열어 솜씨 좋은 가죽 장인들과 함께 시가 케이스, 액자, 코인 홀더, 담배 파우치 등 조그마한 가죽 제품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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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독일의 천재 가죽 공예인 ‘앤리크 로에베 로스버그(Enrique Loewe Roessberg)'가 그 공방에 방문하게 된다. 그는 공방의 기술력과 품질에 반하여 그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가죽에 대한 완벽주의를 추구하던 그의 합류로 당시 회사는 단숨에 마드리드 번화가인 로보 거리 전체를 사로잡았다. 거리 전체에 당시 로에베 공방의 이름이었던 ‘E.로에베’의 광고와 마크가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앤리크 로에베 로스버그는 장인 정신을 스페인 전통의 영감과 접목시킴으로써 우수한 수공예 제품들을 꾸준히 창조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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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로에베는 특별한 손님을 모시게 된다. 바로 스페인의 왕실이다. 로에베의 풍부한 색감과 창의성이 담긴 가죽 제품들은 스페인 상류사회를 완전히 매료시킨다. 그의 팬 중 하나가 바로 콘치스타 공작부인이었다. 그녀는 스페인 사교계에서 뛰어난 패션 스타일로 주목받는 사람이었다. '콘치스타 부인이 든 가방'으로 뜨거운 인기를 몰던 로에베는, 같은 해에 스페인 왕실로부터 '로열패밀리의 공급자’라는 호칭을 수령하게 된다. 이때부터 로에베 매장에서 왕족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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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넘어 일본까지 진출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갈고닦던 로에베. 창립 150주년이 되던 1996년, 그 이름하여 세계 최대 명품 제국 LVMH의 소속이 된다. 새로운 신진 디자이너들이 로에베에 대거 영입되며 로에베는 젊은 고객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스테디셀러인 가방 라인뿐만 아니라 브랜드들의 미래를 그려나갈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나르시스 로드리게스, 호세 엔리크 오나 셀파 등 유명 디자이너들을 기용한다. 그들은 여성복 레디 투 웨어를 맡으며 조금의 변화를 가했으나, 그러나 로에베만의 색깔 반전을 꾀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로에베에겐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젊은 사람들까지 매료시킬만한, 그런 영하고 매력적인 이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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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홈페이지



로에베가 반전을 거듭한 건 2008년,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에 의해서였다. 그는 단지 의상 디자이너가 아니었고,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자칫 '오래된 가죽 브랜드'로 남을 뻔할 로에베를, 스튜어트 베버스는 현대적이고 가지고 싶은 브랜드로 변모시켰다. 또한 슈퍼모델과 함께 화려한 비주얼 캠페인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는 로에베의 시그니처 백, '아마조나 백'의 모양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제품을 선보였으나, 그의 손에서 탄생한 스타 백이 단 한 가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죽' 공방 문화에서 탄생한 로에베에게 그 사실은 마치 그들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가까웠다. 셀레브리티 마케팅으로 젊은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아쉬운 피드백이 함께 뒤따랐다. 결국 스튜어트 베버스는 2012년, COACH 로 이직을 선언한다.






그 이름하여,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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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브랜드, 심드렁한 브랜드, 여전한 브랜드 등의 수식어가 난무했던 로에베. ‘최고급 가죽’이라는 지루한 정체성을 계속해서 어필하던 그들은, 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동시대적인 브랜드로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를 또다시 감행한다. 패션 레이블 ‘JW 앤더슨’을 전개하던 북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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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앤더슨의 첫 컬렉션. 자그마치 1년 가까이 준비했던 이 컬렉션은 가히 새롭고 과감했다. 시대에 뒤처진다고 평가받던 로에베의 로고와 아나그램도 새롭게 뒤바꿨다. 이런 변화를 일궈낼 수 있었던 데는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의 본질인 ‘장인 정신(공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덕분이었다.

“사람들이 과거를 잊고, 처음부터 로에베가 이런 브랜드였다고 생각한다면 성공이다.”

사실 ‘최고급 가죽을 사용했다, 우리는 훌륭한 장인들과 함께한다’, 이런 말들은 뻔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조나단 앤더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로에베의 장점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색감, 그리고 입체적인 패턴이 돋보이는 아이템들로. 고급스럽다고 조용히 말하는 듯한, 그런 제품들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컬렉션이었다.






제품이 아닌 예술품


그래서일까. 로에베를 말하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도 ‘크래프트 맨십(장인 정신)’은 결코 가볍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공방’에서 시작한 브랜드답게, 조나단 앤더슨이 크래프트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로에베의 본질은 수공예와 장인 정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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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로에베의 가방을 보고 있으면 예술품을 바라보고 있는 묘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납작하게 접을 수 있는 스타일로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머금고 있는 ‘퍼즐 백’, 아름다우면서도 넉넉한 수납이 가능한 기능적인 ‘벌룬 백’, 해먹의 심플함과 여유로운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해먹 백’, 플라멩고 댄서의 드레스 형태에서 따온 ‘페르가모’, 그리고 귀여운 코끼리 형태에 진한 컬러감을 자랑하는 ‘앨리펀트 백’까지. 스테디 셀러 백이 너무 많아 한 번에 꼽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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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넘어서 퍼퓸,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오브제 등 로에베의 모든 사업부는 조나단 앤더슨의 지휘 아래 보다 극적이고 섬세하게 변화해 나갔다.

가령 라벤더와 머스크의 조합이 황홀한 이 퍼퓸은 로에베를 모르는 사람들도 잘 아는 베스트셀러이다. 코르크 마개를 연상시키는 애시 우드 소재의 캡과,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카를 블로스펠트의 식물화 사진이 담긴 감각적인 패키징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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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연을 존중하고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로에베의 철학은 패션과 예술, 공예 분야를 후원하는 '로에베 크레프트 프라이즈'로 이어졌고, 지금은 신진 디자이너와 공예가를 육성하는 로에베 파운데이션을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월, 한국에서도 로에베 재단 2022 공예상 전시가 진행되었다.






예술적 상상력이 담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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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무서운 일은 예측 가능한 디자이너이자, 브랜드가 되는 일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매 시즌 컬렉션마다 예술가나 공예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로 주목받는다. 가을이 다가오는 요즘, 로에베는 올해의 가을과 겨울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훑어보자. 로에베의 2022 FW는 193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대중적 심리적 긴장을 예술로 전환시킨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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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아름다운 실루엣, 왜곡된 구성과 커팅 등의 방식들은 초현실주의를 표현한 것. 자동차 모양의 원피스로 시작된 로에베 컬렉션은 독특한 입술 모양의 드레스, 풍선을 끼워 넣은 드레스 등으로 이어지며 패션 규칙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순간을 보여주었다. 조나단 앤더슨의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2023 SS READY TO 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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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3 SS 맨즈 컬렉션은 어떠할까.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테마로, 잔디와 잡초가 자란듯한 신발과 전자기기와 자연이 그려진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했다. 자연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자각의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시각을 갖고자 한다는 조나단 앤더슨의 무한한 상상력에 덧대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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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을 함께 하게 된 디자이너 파울라 울라구이 에스카로나(Paula Ulargui Escalona)가 쇼에서 활용된 식물을 파리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20일 동안 직접 재배했다고 한다. 식물을 활용한 의류가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그의 뜻이 담겼다. 패션쇼 며칠 전 파리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 식물의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결국 쇼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자, 몇 가지 룩을 함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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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되어 있지만 아이템이 가진 포인트 덕분에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룩. 이번 시즌 메인 컬러인 그린이 눈에 띄는 오버핏 부클레 브이넥 니트. 이를 팬츠 안에 살짝 넣어서 매력 있고, 튜브 보트를 연상케 하는 볼드한 블루톤의 부퍼 스니커도 멋스럽다. 캡은 스니커와 통일감 있는 컬러로 깔끔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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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 잡초가 자라고 있다니. 너무 신선하고 산뜻하다. 박시한 크림톤의 부클레 코트와 그린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스니커와 토트백까지, 완벽한 ‘내추럴’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정말 싱그럽고 몽환적이다. 이너웨어와 삭스 등 다른 아이템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오직 룩의 무드와 메시지에만 집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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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담아놓은 듯한 코트. 신선한 충격이다. 그래픽 패치가 마치 퍼즐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트 프론트에 전체를 가득 메운 과감한 디테일은 정말 한 폭의 예술 작품이다. 끝으로 더한 옐로우 타이즈와 데님 슬라이드 샌들은 룩의 디테일을 잡아주고 있고, 이미지를 좀 더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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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년은 입은 옷 같은 트랜치 패디드 코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야상인지, 코트인지, 패딩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코트이다. 그라데이션으로 워싱이 되어있는 디테일이 멋스럽다. 방호 슈즈커버를 연상케하는 스웨이드 부츠도 룩을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준다. 과감하게 하의를 타이즈로 매치한 부분도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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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침낭을 연상케 하는 맥시 블루종 재킷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재킷은 투웨이 지퍼 디테일로 다채로운 스타일링이 가능할 것 같다. 모든 아이템 컬러는 전반적으로 베이지 톤으로 은은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맞춘 센스.






문화적 브랜드로 성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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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에베를 문화적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우리가 믿는 문화의 가치가 삶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수백 년의 역사를 유지하면서도 시대정신에 부응하고, 패션을 창의적 감성으로 문화 예술과 융합하는 로에베. 로에베는 자기의 색깔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듯, 공예의 독창적인 예술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매번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조나단 앤더슨이 가진 통통 튀는 창의적인 시각은 마치 마르지 않는 바다와 같다. 그들이 전하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호기심 어린 반짝한 눈으로 계속해서 지켜봐 주길.




Editor: 허아란, 하한슬 (EGOZINE)
Designer: 황예인 (EGOZINE)

Published by jent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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