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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AIRE

편안한 삶으로 수렴하는 옷



젠테스토어_Brand LAB:LEMAIRE


EDITOR’S LETTER

한결같은 브랜드는 흔치 않다. 본질에 집중한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고유의 멋을 지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르메르(Lemaire)는 정말이지 ‘한결같은 브랜드’라고 칭할만하다. 지난 시즌의 셔츠 위에, 이번 시즌의 트렌치코트를 걸쳐도 그저 ‘르메르’이다. 시즌의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매 시즌의 옷이 비슷한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색감과 소재, 실루엣, 디테일이 조금씩 변형될 뿐 ‘편안함’을 중요시 여기는 그들의 철학은 언제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본질을 지키되 유연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브랜드, ‘르메르(Lemaire)’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늘 우리의 곁에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옷, 실용적이며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자 부단히 움직이는 이들의 행보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보길 바란다.




언제입어도 편안한 타임리스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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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실용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 ’르메르(Lemaire)’. 라코스테(Lacoste)와 에르메스(Hermes) 디렉터를 거친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와 사라 린 트란(Sarah Linh Tran)과 함께 이끌고 있는 패션 레이블이다.

브랜드 ‘르메르’는 1991년에 탄생했지만, 2014년 사라 린 트란의 합류 이후에 리브랜딩을 거쳐 우리가 아는 르메르로 거듭났다. 유행에 쫓기지 않고 언제입어도 편안하고 세련된 ‘타임리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자연의 색을 닮은 뉴트럴 컬러에, 슬릿과 드레이핑으로 은은한 디테일을 더한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르메르식 일상복을 만드는 두사람



“우연히, 아주 우연히.”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와 사라 린은 둘 다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든가 패션에 집념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오히려 책 읽기와 글 쓰는 일을 좋아해서 출판 쪽 일을 하고 싶었다고.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65년 4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패션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니 제대로 된 ‘직업’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그때 마침 운 좋게 주변에서 패션 분야에서 일할 것을 제의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거쳐 입생로랑, 티에리 뮈글러에서 인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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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옷을 처음 만든 것은 패션계에서 일하기 이전인 1980년대 초였는데, 그때 어울려 놀던 친구들과 지극히 순수하면서도 즉흥적으로 옷 몇 벌을 만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것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패션계에 머물면서 아주 조금씩 열정이 생긴 그는, 91년에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르메르(LEMAIRE)'를 런칭하게 된다.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모든 것을 고스란히 옷에 녹여내는 그의 특별함 때문이었을까. 2001년에는 라코스테 2010년에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본인의 브랜드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에르메스에서 일한 지 4년 만에 그만뒀지만. 지금은 공동 디렉터 사라 린 트란(Sarah Linh Tran)과 함께 ‘르메르식 일상복’을 제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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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밑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잡혀 있는 형태. 르메르의 대표 디자인이다. 길고 뾰족한 칼라와 비대칭 버튼 여밈으로 허리에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고, 낮은 어깨선과 몸을 감싸며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셔츠와 원피스, 재킷 등의 기본 아이템이지만 르메르의 손을 거치면 마법같이 미묘한 변주가 더해진다. 이런 옷들은 어떤 사람들이 입었으면 좋겠는가, 기자가 르메르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묻자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르메르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다”

르메르의 옷이 단순하고 깔끔해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옷을 입은 ‘사람’이 더 잘 보이는 매력을 자랑한다. 결국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르메르의 옷을 입기 위해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그리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 그런 의미에서 르메르가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옷이다. 온전히 한 사람을 드러나게 해주는 은은한 배경 같은 옷.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컬러와 프린트를 다루는 이유, 컬러와 프린트를 너무 튀게 만들면, 옷을 입는 사람 본연의 모습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문법



COL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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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킨톤과 어우러지는 뉴트럴 컬러이다. 브라운과 베이지, 그린과 같은 부드럽고 온화한 컬러. 자연의 색을 선호하는 르메르 답다. 르메르는 ‘가먼트-다잉’, 즉 가공하지 않은 원단을 통째로 염색하거나 워싱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를 통해 주름과 스티치같은 디테일을 살리는 동시에, 더욱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연출하고 있다.

차분한 스킨 톤을 활용하는 덕분에, 르메르의 옷은 몸을 따라 흐르는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며 전반적으로 절제된 미를 뽐낸다. 옷이 ‘입는 이’의 개성을 압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입는 사람의 피부 톤을 은은하게 강조해 준다. 실제로 르메르의 옷들은 입는 사람에 따라 피부 톤이 조금씩 차이나 보이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르메르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피부색과 혈색에 잘 어우러질 때 그 색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FAB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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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슥, 훑어만 봐도 어떤 질감인지 느껴진다. 르메르의 또 다른 매력이다. 르메르는 바스락거리는 면 포폴린, 오돌토돌한 벤타일, 부드러운 실크를 자주 활용한다. 특히 르메르의 ‘실크’는 실용적인 미를 추구하는 그들에게는 특별한 장기이다.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건 물론이고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로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사라 린 트란 또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때 드라이 실크 소재의 의류를 꼭 챙겨간다고 한다. 실크는 구김이 적어 공들여 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때나 홈웨어와 오피스 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SIL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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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옷은 어떤 의미에서 ‘작은 집’과 같다. 내가 입는 물건이 아닌 내가 사는 공간 같은 것.”

장르와 젠더, 연령을 초월한 옷을 제작하는 르메르. 그들의 옷을 완성하는 첫 번째 요소라 함은, 바로 ‘편안한 착용감’이다. 몸과 옷 사이의 넉넉한 사적인 거리를 허락하여,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옷의 실루엣이 자연스레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가장 편안한 형태’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르메르는 디자인할 때 언제나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서 실루엣에는 대놓고 보여주려는 감성이 아닌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이 담겨 있다. 단추를 활용하여 실루엣을 뒤틀거나, 품을 조이는 벨트를 추가하고, 뒷면에 슬릿을 넣어 자유로운 활동성과 우아함을 불어넣는 식이다.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두고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모호하면서 활동성과 기능성을 갖춘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렇다 라고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슬며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

“옷을 넉넉하게 입으면 옷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드러내거나 숨기는 숨바꼭질이 가능해진다.”




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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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르가 세계 곳곳의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이유. 그만큼 르메르가 옷의 ‘실용성’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옷이 가진 ‘기능’과 ‘아름다움’은 매우 중요하고, 둘은 상호 양립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워크웨어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제작되기 때문에 굉장히 순수한 형태의 옷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주머니의 형태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 디자인적으로 이상해 보이는 플리츠가 사실은 굉장히 직접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던지 하는 등의 요소를 탐구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의 배움은 르메르 옷의 곳곳에 자연스레 녹아져 있다.

“모든 상황에 위화감 없이 어울렸으면 한다. 날씨마저 커버하면 좋겠다.

소나기를 맞아도 망가지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좋은 그런 옷.”


내구성을 높이는 워크웨어 스티칭 기법, 동양식 깊고 넓은 멀티 포켓, 매듭 방식, 한복 바지 마냥 편하고 둥근 실루엣 등. 이런 면에서 르메르는 매 시즌 모두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지만 진중한 디테일 변화를 가하면서 꾸준히 자기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2022 SPRING Ready To 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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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다양성에 초점을 둔 이번 컬렉션. 수채화 같은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색조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풍경화 아티스트 조셉 요아쿰(Joseph Yoakum)을 기리며 그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혈통의 조셉 요아쿰은 어렸을 때 집을 떠나 Great Wallace Dircus(20세기 초 미국을 횡단한 서커스단)에 합류하여 기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한 인물이다. 그후 70세에 시카고에 정착하여 자신의 기억 상상 속을 풍경화로 기록하며 길가에서 방랑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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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요아쿰의 작품은 매우 신비스럽고도 친밀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몸 주위로 감싸기로 했다. 섬세한 원단을 활용해 부드럽게 움직이는 가벼운 텐트처럼 재현해 보았다.”

풍성하고 우아한 드레이핑을 더한 드레스부터 아티스트 조셉 요아쿰의 작품을 담은 셔츠와 스커트 등. 부드러움과 관능으로 특유의 흐르는 듯한 르메르만의 실루엣이 유난히 돋보였던 이번 시즌을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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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케이크의 단면이 연상되는 재미있는 페인팅. 드레스인데 터틀넥인 것 자체로 유니크하다. 르메르 특유의 컬러감이 화사하면서도 중후하고 우아하게 느껴지기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걸어 나오는 모델. 몸을 가로지르는 비즈 크로스 장식이 마치 나무 열매같이 보인다. 르메르는 물방울, 나무와 같은 유기체의 형태를 재현한 주얼리들을 선보인다. 미니멀한 르메르의 옷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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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브랜드. 르메르라는 브랜드를 가장 근본적으로 잘 보여주는 룩이라고 생각한다.

깊숙이 파져 있는 우아한 유넥 쇼트 슬리브에 실키한 슬렉스 팬츠의 조합이 그저 환상적이다. 셔츠인해서 벨트로 마무리하는 심플한 스타일링이지만, 왠지 모르게 시크하고 우아해 보이는 이유는 역시나 르메르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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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임 사이 포켓에 손을 넣고 시크하게 걸어가는 모델의 에티튜드가 옷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모델이 옷을 돋보이게 하는 완벽한 피사체라기보다는,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품고 있는 연극배우에 가까운 재미있는 느낌.

강렬한 흑백으로 이루어진 위트 있는 드로잉 타투 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옆 선에 스냅으로 오픈할 수 있고 그 밑단 쪽에는 길게 트임 디테일이 있는 매력적인 실루엣의 원피스이다. 하의는 어두운 컬러의 데님 와이드 팬츠로아방가르드한 느낌도 살짝 머금고 있다. 르메르만이 연출할 수 있는 세련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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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을 전체적으로 활용했다. 어깨 절개선에 지퍼 디테일이 포인트. 셔츠 안에 화이트컬러의 튜닉셔츠를 매치하여 롤업했을 때 좀 더 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스타일링 했다.

벨티드 벌룬팬츠에 셔츠를 넣어 연출하여 팬츠의 디테일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동시에 또 시크하다. 이렇게 같은 컬러의 데님끼리 매치하는 룩은 정말 클래식하면서도 유니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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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는 르메르가 이 크로와상 백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역시 이 룩을 보고 크로아상 모양을 본 뜬 ‘크로아상 백’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페디드 디테일이 포인트인 베스트와 스커트 함께 매치해서 유니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연출한 것. 그리고 롱셔츠에 베스트를 레이어드하여 더욱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낸 스킬이다. 이 모든 것들이 브라운 톤온톤으로, 고급스럽고 안정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다.






근사한 삶으로 수렴하는 옷



"매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르메르가 옷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들에게 패션이란 환상이나 탈출구가 아닌, 그저 주변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나답게’ 사는 방법 중 하나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스스로 명료한 삶의 지향점을 그리는 사람들만이 르메르에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서 손이 자주 가는, 온전한 ‘나’로서 입으면 빛나는 옷을 만드는 실천이야말로 르메르가 가장 큰 찬사를 받을 이유일 것이다.




Editor: 허아란, 하한슬 (EGOZINE)
Designer: 황예인, 유현상 (EGOZINE)

Published by jent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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